이다, 2024, 미술문화 그런 책들이 있다. 출간 소식에 설레고, 기대되고,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읽기를 미루는 책. 그냥 보면 되는데 이상하게 아껴두는 마음으로 바라만 보다가 본격적인 만남을 영영 못하게 되거나 책장에 소중하게 보관하는 책. 그런 책들에 비하면 는 빨리 본 셈인가. 나오자마자 오오!!! 하면서 흥분모드 였는데 읽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다. 시베리아 여행 후기를 작년에 쓰다가 다 쓰면 읽자, 하면서 또 미뤄뒀다. 올해 초에 독서 모드가 사라졌을 때 이 책 생각이 났다. 앞에 몇 페이지 읽자마자 웃었는데 평소 관심도 없던 러시아에 여행을 가기로 급 결정한 과정이나 친구들과 여행 준비하는 과정 만으로 이미 다이나믹. 그렇게 앞부분을 좀 읽다보니 이다 작가의 러시아 여행기 연재를 보고..
나스타샤 마르탱, 한국화 옮김, 2025, 비채 저자 나스타샤 마르탱은 시베리아에 거주하는 유목 민족 에벤인을 연구하는 프랑스 인류학자다. 연구를 위해 머물던 캄차카 반도에서 곰을 대면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크게 다쳤다. 는 그 사건, 그리고 여러번의 수술을 해야 했던 치료 과정과 결국에는 시베리아로 돌아가기 까지의 시간을 회고한 책이다. 나스타샤는 곰의 공격에 간신히 저항하면서 살아남았고 이 침투가 자신에게 남긴 흔적을 돌아본다. 오랜 시간 알아온 선주민 친구 안드레이가 치료 중인 그에게 곰을 용서했냐고 묻는다. “곰은 너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않았어. 곰은 너에게 표식을 남기고 싶어했어. 너는 이제 미에드카야. 서로 다른 세상의 경계에서 사는 자” 역자주에 의하면 에벤어에서 ‘미에드카’는 ..
-. 이번 여행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일은 이르쿠츠크에서 다시 동쪽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려고 했을 때 벌어졌다. 후지르 마을에 도착했던 날의 여정만큼 길고 복잡한 방법을 거쳐 올혼섬을 나와서 늦은 오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했고, 그날 저녁 기차를 탈 예정이었기 때문에 기차역에서 여유있게 기다리려고 했다. 근데 기차역에 도착하고 나서, 티켓을 뚫어져라 보고 나서야 내가 탑승 시간을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타려고 했던 열차는 오전 시간 열차였고, 이미 한참 전에 떠났다. 여러 시간대를 통과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용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모스크바 기준으로 시각이 표시된다는 점이고, 그 점을 계속 생각하면서 동선과 열차 타는 시간을 잘 지켜왔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 단순한 계산의 실수인지, 여러 사항..
-. 북부섬 투어를 다녀온 이후로는 혼자 산책을 하며 후지르 마을 중심으로 여기 저기 다녔다. 숙소를 조금만 벗어나도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이 곳에서 가장 강력한 소리는 새가 내는 소리와 개가 짖는 소리다. 새소리에 이렇게 집중해본 적이 있나 싶다. 인간이 내는 소리는 자동차 소음과 집 짓는 공사 현장에서 나는 소리 정도. 혼자 여행을 다니면 개와 고양이가 친구가 되어주는 행복한 시간이 있는데, 올혼섬에서도 그랬다. 까만 개와 잠시 시간을 보내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방목한 소들을 바라보는데 바닥에 흔한 깨진 유리병 때문에 걱정된다. 조금씩 걷다가 바위에 걸터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는 패턴을 반복한다. 아무래도 길고 추운 겨울이 있는 지역에서 맞는 봄의 햇빛은 애틋하다. -. 여행으로 시베리아 지역을 다닐수록..
러시아의 학교와 유치원은 이주배경의 아동을 어떻게 등록시키고 있으며, 전쟁 상황에서 이런 등록 절차는 어떻게 변했을까? 러시아 정권은 어떤 식으로 법에 제노포비아를 공고히하고 있을까? 사회언어학자인 블라다 바라노바가 이주배경 아동들이 학교에서 겪는 차별에 대해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된 이후에 러시아 내부의 반이민 정서가 강화되었다. 2023-2024년에 진행된 ‘레바다 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민자들을 향한 불만은 부의 불평등, 교육 및 의료 접근성 등의 문제를 뛰어넘는 러시아 사람들의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러시아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향한 외국인 혐오와 폭력의 가장 강력한 흐름은 2024년 봄 크로쿠스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일어났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