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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리뷰: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이달의 리뷰 2026. 6. 30. 10:47
이다, 2024, 미술문화
그런 책들이 있다. 출간 소식에 설레고, 기대되고,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읽기를 미루는 책. 그냥 보면 되는데 이상하게 아껴두는 마음으로 바라만 보다가 본격적인 만남을 영영 못하게 되거나 책장에 소중하게 보관하는 책. 그런 책들에 비하면 <내 손으로, 시베리아>는 빨리 본 셈인가.

나오자마자 오오!!! 하면서 흥분모드 였는데 읽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다. 시베리아 여행 후기를 작년에 쓰다가 다 쓰면 읽자, 하면서 또 미뤄뒀다. 올해 초에 독서 모드가 사라졌을 때 이 책 생각이 났다. 앞에 몇 페이지 읽자마자 웃었는데 평소 관심도 없던 러시아에 여행을 가기로 급 결정한 과정이나 친구들과 여행 준비하는 과정 만으로 이미 다이나믹.
그렇게 앞부분을 좀 읽다보니 이다 작가의 러시아 여행기 연재를 보고 싶어서 오래 전 ‘매일마감’을 잠시 구독했던 기억이 났다. (책 출간을 처음 알았을 땐 이 기억이 사라졌었다) 2018년에 여행 한 내용을 2019년에 연재할 때 잠깐 구경을 했고 2024년에 책으로 나왔는데 나는 2026년 초에 읽었다. 역시 책이란 너무 좋은 거잖아, 라고 실감하는 순간! (여러 고비가 있었을 것 같지만 책으로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여행을 그림으로 남길 수 있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는데 이 책 덕분에 나도 시베리아 여행의 일부를 (작가의) 그림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2018년은 내가 두번째 시베리아 여행을 간 시기이기도 해서 멋진 그림에 감탄하는 동시에 꼼꼼한 기록 덕분에 이전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여정 후반부인 모스크바와 뻬쩨르부르그 비중도 적지 않지만 이 책의 제목처럼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정서를 잘 담고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이상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지만 점차 기차 생활에 빠져들고, 계속 기차를 타고 싶은 상태가 되는 것. 2013년에 시베리아를 처음 다녀왔을 때 전체 구간을 이동한 건 아니었지만, ‘기차 생활 중독’ 상태가 되어서 어느 나라든 그렇게 여행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단 생각에 기차 여행을 계속 찾아보곤 했었다.

시베리아 여행기 중 고전이라 할 만한 콜린 더브런의 <시베리아>는 예전부터 좋아하는 책이고 1990년대 후반에 떠난 여행이어서 소비에트 해체 직후의 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기록이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실뱅 테송의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 숲에서>도 재밌게 봤는데, 생각할 수록 못마땅 모드가 되는 책이다. 어쨌든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는 백인 남성 작가들의 책에서 느낄 수 없는 정서와 쾌감이 있고 이런 시베리아 여행기가 있어서 다행이다.
책 읽으면서 계속 으하하하 ㅋㅋㅋ 모드였는데 절반 정도 읽었을 땐 너무 아쉬웠다. 왜 시리즈가 아닌걸까 생각하면서. 참 재밌고 아름다운 책이다. 이다 작가 시베리아 다시 한번 가주시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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